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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뺄셈의 미학, 익명성, 시간구조) 솔직히 저는 처음에 《덩케르크》를 그냥 잘 만든 전쟁 블록버스터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근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전투 장면도 거의 없고, 악당도 없고, 주인공의 이름조차 자막이 올라갈 때 처음 알았는데도 이렇게까지 압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거든요. 이후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또 다시 보면서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니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영화에서 얼마나 정밀하게 '빼는 선택'을 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뺄셈의 미학 — 없애서 더 강해진 영화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당황한 것은 적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전쟁영화인데 독일군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폭격기 소리는 들리고, 총알은 날아오고, 배는 침몰하지만 그것을 가하는 주체의 .. 2026. 8. 10.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 (오디션 탈락, 토르 캐스팅, 가족) 마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저 사람, 토르 역할 하려고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오디션 탈락을 반복하고, 미국식 억양을 따로 배우며, 몸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던 배우입니다. 화려한 결과 뒤에 이런 과정이 있었다는 걸 알고 나서, 제가 그를 보는 눈이 꽤 달라졌습니다.오디션 탈락이 만든 반전 — 갬빗에서 토르까지흔히 크리스 헴스워스를 가리켜 "타고난 슈퍼히어로"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니 실상은 꽤 달랐습니다. 할리우드 데뷔작은 2009년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었는데, 극중 등장 시간이 5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도입부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맡아 강렬한 첫인상을 남.. 2026. 8. 10.
배우 엠마 왓슨 (캐스팅, 탈피, 연애관, 가치관) 어렸을 때 해리포터를 보면서 헤르미온느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똑똑하고 당당한 그 모습이 거의 우상처럼 느껴졌는데, 그 역할을 연기한 엠마 왓슨이 아홉 살 오디션부터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들여다보면, 단순한 추억 속 배우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수천 대 일 오디션, 헤르미온느가 된 아홉 살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해리포터 제작진이 헤르미온느 역할을 찾기 위해 1년 넘게 영국 전역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진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거든요. 수천 명의 아이들 중에서 마지막 학교에서 발견한 아이가 바로 당시 아홉 살의 엠마 왓슨이었습니다.캐스팅 디렉터(Casting Director)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여기서 캐스팅 디렉터란 작품에 맞.. 2026. 8. 9.
영화 어톤먼트 (속죄의 의미, 덩케르크 장면, 브라이오니 거짓말) 영화 〈어톤먼트〉를 보고 나서 한 시간쯤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한 번의 거짓말이 두 사람의 인생 전체를 지워버렸는데, 그 거짓말을 한 사람은 끝내 살아남아 소설로 '속죄'를 완성했다는 것. 그게 아름다움인지, 가장 잔인한 결말인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결론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브라이오니의 거짓말, 그리고 속죄의 시작브라이오니 탈리스는 열세 살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그녀가 저지른 거짓 증언 하나가 로비 터너를 강간범으로 만들었고, 4년이라는 시간을 감옥과 전쟁터로 보내게 했습니다. 세실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간 가족과 인연을 끊고, 부와 명예를 버린 채 간호사가 되었습니다.제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브라이오니의 거짓말이 단순한 악의에서 나온 것이 .. 2026. 8. 9.
영화 라라랜드 (뮤지컬 영화, 꿈과 사랑, 결말 해석)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예쁜 뮤지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라라랜드〉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실제로 무언가를 포기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멈추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처음엔 그저 아름다운 로맨스로 보이지만, 볼수록 그 안에 담긴 현실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뮤지컬 영화가 낯선 분도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이유가 있을까요?제가 뮤지컬 장르를 썩 즐기지 않는 편이라 처음엔 살짝 경계했습니다. 인물이 갑자기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이 어색하게 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라라랜드〉는 달랐습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LA 고속도로 위에서 수십 명이 차 위에 올라 춤을 추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이게 어색하기는커녕 오히려 "아, 이 도시가.. 2026. 8. 9.
영화 블랙 스완 (나탈리 포트만, 심리 분열, 완벽주의) 솔직히 처음 봤을 때 발레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우아하고 조용한 예술 영화겠거니 했는데, 60분쯤 지나고 나서 제가 틀렸다는 걸 완전히 인정했습니다. 〈블랙 스완〉은 발레를 배경으로 삼은 심리 스릴러입니다. 완벽주의에 짓눌린 한 여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이토록 잔혹하고 아름답게 담은 영화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일반적으로 배우가 특정 역할을 위해 몸을 바꾼다고 하면 "홍보용 과장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제 경우도 그랬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이 9kg을 감량하고 1년 6개월 동안 하루 5시간씩 발레를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숫자들이 왜 나왔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무대 .. 2026.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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