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14 가수 지나 복귀 선언 (공백의 맥락, 고백의 한계, 재기의 조건) 약 10년 만에 SNS에 올라온 짧은 글 하나가 다시 지나라는 이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라졌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문장에서 용기를 볼 것이고, 어떤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둘 다였습니다. 이 글은 그 복잡한 감정을 풀어보려는 시도입니다. 공백의 맥락 — 10년이라는 시간이 의미하는 것2016년, 이른바 '연예인 원정 성매매' 사건이 터졌을 때 지나는 여러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재판부는 지인의 알선으로 만난 남성과 금전 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지나 측은 법정에서 소개팅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중 앞에서 사라졌습니다.여기서 낙인 효과(stig.. 2026. 8. 14. 배우 하영 논란 (친일, 안상호, 조상 행적, 대응 타이밍, 역사 책임) 가족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별 의심 없이 믿어온 경험, 저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들은 집안 이야기는 어느 순간 '확인해야 할 역사'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사실처럼 자리 잡거든요. 배우 하영 씨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보면서 처음엔 그 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다만 논란이 커질수록 '조상의 행위'와 '본인의 말과 대응'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조상 행적과 후손 책임, 어디까지가 선일까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하영 씨의 증조부 안상호가 있습니다.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에 평의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문제가 됐는데, 여기서 대정친목회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연호 '대정(大正)'을 이름에 쓴 친일 성향 단체를 의미합니다. 이 단체 참여 이력이 친일 행위의 근거가 되느냐를 두고 .. 2026. 8. 14. 영화 추락의 해부 (배심원석, 증언의 한계, 진실 선택) 영화관을 나오면서 동행한 친구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같은 화면, 같은 증언을 두 시간 넘게 함께 봤는데도요. 《추락의 해부》는 그런 영화입니다. 산드라가 남편을 죽였는지 아닌지 답을 주지 않은 채 끝나는데, 그게 불친절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정직한 태도라고 느꼈습니다. 배심원석이 된 극장 —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방식법정 드라마라고 하면 흔히 마지막에 극적인 반전과 함께 진실이 밝혀지는 구조를 떠올립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이 영화도 처음엔 그럴 거라 예상했죠. 그런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달랐습니다.영화 속 법정은 남편 사무엘의 죽음이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아니면 아내 산드라의 살인인지를 가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검사 측과 변호인 측이 동일.. 2026. 8. 14. 영화 그녀 (Her, 현실감, 인공지능, 사랑의 의미)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기발한 SF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이건 이미 시작된 우리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이 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개봉 당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신기한 미래 이야기"라고 정리했습니다. 인공지능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너무 먼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봤을 때는 반응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속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에서, 저는 그게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영화 속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 대필 회사에서 작가로 일합니다. 여기서 '대필 작가'란 타인의 감정을 대신 언어로.. 2026. 8. 13. 영화 애프터 양 리뷰 (기억의 총합, 목적론, 미장센) 로봇이 죽으면 우리는 무엇을 잃는 걸까요. 영화 《애프터 양》을 처음 봤을 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코고나다 감독의 2022년 작품으로, 망가진 안드로이드 양의 기억을 복원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삶의 본질을 조용하게 되묻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그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습니다. 기억의 총합이 곧 존재다 — 양의 아카이브와 목적론의 함정로봇은 기억이 없다고 생각하셨나요.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바로 그 전제를 뒤집는 데서 출발합니다.영화 속 안드로이드 양은 하루에 몇 초짜리 영상들을 스스로 선택해 저장합니다. 이것을 영화에서는 아카이브(archive), 즉 기억 저장소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아카이브.. 2026. 8. 13. 영화 조커 (아서 플렉, 호아킨 피닉스, 사회적 소외) 악당의 탄생을 다룬 영화가 이토록 불편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2019년 개봉한 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외전이 아니라, 사회 구조 안에서 철저히 밀려난 한 개인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이 사람을 둘러싼 세계가 잘못된 건가"였습니다. 그 질문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기까지 — 사회적 소외와 내러티브 구조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폭력적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홀로 노모를 돌보며 광대 일을 하고,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죠. 다만 그에게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신경학적 증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병적 웃음(Pseudobulbar Affect), 즉.. 2026. 8. 12.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