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3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박서준, 소신, 갑을관계, 성장서사) 소신 있게 살면 결국 잘 된다는 말, 저도 오랫동안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하지?"였거든요. 퇴학, 아버지 실직, 감옥. 소신을 지켰더니 얻은 게 그것이었습니다. 근데 다 보고 나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건 '소신이 성공을 보장한다'가 아니라, '소신은 반드시 무언가를 잃는 선택'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소신이 멋있다고? 실제로는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다일반적으로 '소신 있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멋있게 한마디 하고 박수받는 장면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제가 처음 이 드라마를 볼 때도 그런 식으로 흘러가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개되는 장면은 달랐습니다.전학 첫날 박새로.. 2026. 9. 7. 영화 미키 17 리뷰 (로버트 패틴슨, 소모품, 계급 풍자, 봉준호)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죽음은 정말 가벼워질까요? 〈미키 17〉을 보는 내내 저는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에드워드 에쉬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SF의 껍데기를 빌려 그 안에 계급과 노동, 권력에 대한 날 선 풍자를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던 작품인 만큼,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소모품이 된 인간 — 익스팬더블 설정과 세계관영화의 핵심 설정은 '익스팬더블(Expendable)'입니다. 여기서 익스팬더블이란, 신체를 스캔해 기억을 저장하고 죽으면 새 몸으로 복제해 재투입하는 1회용 인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죽어도 되는 사람을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구조입니다.주인공 미키 반즈는 빚을.. 2026. 9. 6. 영화 괴물 리뷰 (봉준호, 사회풍자, 가족드라마) 영화관에서 처음 봤을 때는 한강에서 뛰쳐나온 괴생명체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오히려 괴물보다 그 주변의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2006년작 〈괴물〉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최초의 괴수 영화인 동시에, '진짜 괴물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사회풍자 드라마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내든 건, 어떤 문제 앞에서 가장 절박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장면이 현실과 너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봉준호식 블록버스터가 남긴 것〈괴물〉은 2006년 7월 개봉해 당시 한국 영화 역대 최단 기간 천만 관객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미군 기지에서 독극물이 한강으로 무단 방류되고, 그 결과 돌연변이 괴생물체.. 2026. 9. 6. 영화 아저씨 리뷰 (감정 동기, 구원 서사, 액션 폭력성) 2010년 개봉한 〈아저씨〉는 국내 누적 관객 620만 명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원빈의 외모와 칼 액션에 먼저 눈이 갔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그 어떤 격투 씬도 아니었습니다. 감정 동기 — 태식이 움직인 이유일반적으로 액션 영화의 주인공은 거대한 사명감이나 복수심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아저씨〉의 차태식은 그런 유형과 꽤 다릅니다. 그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 출신으로, 아내를 잃은 뒤 세상과 단절한 채 전당포를 운영하는 인물입니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란 정부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고강도 훈련을 받은 군 소속 인원을 가리키는데, 영화 속 태식의 경우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비밀 임무를 수행했으며 특수 살상 무술 교관으.. 2026. 9. 5. 영화 마더 (봉준호, 김혜자, 원빈, 모성애, 스릴러) 봉준호 감독의 2009년작 〈마더〉는 개봉 당시 칸 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모성애를 다룬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혀 있었습니다. 사랑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이토록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봉준호가 설계한 서사 구조, 무엇이 다른가〈마더〉의 서사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이건 단순한 범인 찾기 영화가 아니다'라는 감각이었습니다. 영화는 약재상을 운영하며 하나뿐인 아들 도준과 살아가는 엄마(김혜자 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도준이 뺑소니를 당하고, 친구 진태와 얽혀 .. 2026. 9. 5. 영화 박하사탕 리뷰 (이창동, 설경구, 역순서사, 국가폭력, 순수의상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철길 위에서 절규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거꾸로 풀리면서, 어느 순간 그 분노가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역순 구조로 한 인간의 붕괴를 추적하는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지금 내가 쌓아가고 있는 선택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역순서사 — 현재에서 과거로 달리는 기차《박하사탕》이 택한 서사 방식은 역순서사(Reverse Chronology)입니다. 여기서 역순서사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결말에서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이미 망가진 영호를 먼저 본 뒤,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를 조각조각 거슬러 올라가며 알게 .. 2026. 9. 4. 이전 1 2 3 4 5 6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