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 21세기 외국 영화 최고작 (영화 선정, 취향, 걸작) 걸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를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오히려 영화평론가의 만점 선정 기준이라는 것에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2년간 만점을 받은 외국 영화 64편 가운데 단 한 편을 고르는 작업,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내 취향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됐습니다. 64편의 만점작, 그 선정 기준이란 무엇인가한 영화평론가가 1년에 평균 세 편 정도에만 만점을 부여한다고 했을 때, 22년이면 수학적으로 66편 내외가 나옵니다. 실제 선정된 숫자는 64편.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엄격함이 아니라, 일관된 미학적 기준(aesthetic standard)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미학적 기준이란 .. 2026. 7. 30. 월간남친 리뷰 (스토리, 연기, 가상연애) 넷플릭스 《월간남친》은 공개 직후 SNS에서 특정 장면 하나로 바이럴이 터졌습니다. 가상현실 속 남자 캐릭터에게 "나 좀 꼬셔 봐"라고 말하는 그 짤이었는데, 저도 솔직히 그걸 보고 클릭했습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오히려 예상 밖으로 끌려들어갔고, 결국 10화를 하루 만에 다 봐버렸습니다. 스토리: 오글거림 뒤에 숨은 설득력《월간남친》의 세계관 설정은 생각보다 꽤 촘촘합니다. 웹툰 PD인 주인공 서미래가 담당하는 인기 웹툰 《알 만한 남자》의 재벌 캐릭터 최시우가, VR 연애 서비스 '월간남친'의 콜라보 캐릭터로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월간남친'은 일종의 몰입형 가상현실(Immersive VR) 플랫폼으로, 쉽게 말해 헤드셋을 끼는 순간 가상의 연인과 실제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 2026. 7. 29. 피의 게임 X 리뷰 (팀 구성, 심리전, 규칙 분석) 서바이벌 예능을 볼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어딘지 아십니까. 저는 게임 결과가 아니라 룰 설명이 끝나는 직후입니다. 그 짧은 침묵 사이에 누가 규칙의 빈틈을 먼저 잡아채느냐가 사실상 판세를 결정하거든요. 《피의 게임 X》 첫 에피소드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일시정지를 두 번 눌렀습니다. 팀 단위 심리전이 이렇게까지 조밀하게 설계될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팀 구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긴장감시즌 1부터 3까지 줄곧 개인전 중심이던 《피의 게임》이 이번에는 팀 구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제가 직접 시즌 전체를 다 보고 비교해봤는데, 단순히 포맷만 바뀐 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개인전에서는 배신의 타이밍을 혼자 계산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팀전에서는 팀 내 역할 분배, .. 2026. 7. 29.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드라마 리뷰, 날씨 메타포, 휴먼 비잉) 완벽하게 선한 사람만이 위로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붙들었습니다. 박혜영 작가의 신작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사건 대신 각 인물이 품어온 열등감과 상처, 그리고 무가치함을 천천히 마주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 드라마입니다. 드라마가 설계한 세계: 통제와 날씨의 메타포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치는 극 중 영화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였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짧게 스쳐 지나가는 가상의 영화 장면이 드라마 전체 메시지를 압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영화 속 세계는 AI가 날씨를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입니다. .. 2026. 7. 29. 동궁 (귀의 세계, 원귀, 액션 판타지) 넷플릭스 《동궁》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저는 재생 버튼을 두 번 눌렀습니다. 첫 장면 5초 만에 '이건 제대로 만들었다'는 확신이 왔기 때문입니다. 오컬트와 사극이 결합된 작품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킹덤 이후 이 정도 스케일로 두 장르를 묶은 시도는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귀신잡이 구천, 궁녀 생강, 그리고 조선의 왕 역할을 맡은 조승우까지, 예고편 하나가 던진 떡밥이 생각보다 훨씬 촘촘했습니다. 귀의 세계 — 이면 공간 설계가 범상치 않은 이유《동궁》의 세계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귀의 세계, 즉 원한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이면 공간의 설계 방식입니다. 여기서 이면 세계(mirror world)란 현실 공간과 대칭 구조로 존재하는 또 다른 차원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거울 앞과 뒤.. 2026. 7. 29. 군체 영화 리뷰 (집단지성, 진화좀비, 연상호) 좀비가 학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제79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기존 좀비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저도 극장에서 보고 나왔을 때 "이건 그냥 좀비 영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진화하는 감염자, 초고층 빌딩이라는 공간, 그리고 집단 지성이라는 소재가 맞물리며 꽤 독창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집단지성: 뇌 없는 생물이 최적 경로를 찾는다고?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황색 망사 점균, 즉 피사룸 폴리세팔룸(Physarum polycephalum) 설명이 단순한 설정 장치가 아니라 실제 과학 실험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몰입도가 달라졌습니다.여기서 피사룸 폴리세팔룸이란 뇌도 신경도 없는 단세포 점균류로, .. 2026. 7. 2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