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4 영화 가능한 사랑 (해고노동자, 이창동, 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일상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단순히 감동적이었다거나 슬펐다는 감정으로 정리가 안 되고, 오히려 평소엔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갑자기 눈앞에 놓이는 느낌이랄까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이 시대에 과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기 전부터 그 질문 하나만으로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해고 노동자의 삶, 그리고 정체성의 붕괴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기업의 집단 해고, 즉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사건이라고요.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 2026. 8. 26. 아인슈타인 개인사 (천재의 이면, 밀레바, 도덕성) 아인슈타인 하면 상대성이론, 광양자 가설, 노벨물리학상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저도 오랫동안 그를 과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고 막연히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의 개인사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나서 그 생각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천재성과 인간적인 성숙함이 반드시 함께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의 삶이 꽤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천재의 이면 — 나침반에서 시작된 호기심, 그리고 첫 번째 균열아인슈타인은 1879년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학업 능력이 크게 뒤처져 선생님들이 지적 장애를 의심할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질문에 느리게 답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습관 탓에 '머리가 나쁜 아이'라는 오해를 받았죠.그런데 병으.. 2026. 8. 26.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 (루게릭병, 제인 와일드, 삶의 태도) 스티븐 호킹 하면 저도 한동안 그 휠체어와 합성 음성, 블랙홀 이미지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제인 호킹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니, 위대한 과학자라는 수식어 뒤에 얼마나 복잡하고 아픈 개인사가 숨어 있었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21살에 남은 수명이 2년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76세까지 살아낸 사람. 하지만 그 55년이 결코 드라마틱한 승리로만 채워진 건 아니었습니다. 루게릭병이 바꿔놓은 삶, 그리고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 이유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호킹이 젊은 시절까지 공부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도서관에서 한 시간 이상 앉아 있은 적이 거의 없었다는 친구들의 증언을 보면, 그는 타고난 두뇌를 가지고도 상당히 무심하게 대학 시절을 보.. 2026. 8. 26. AI 초지능 시대 (OpenAI 전 직원, 일자리 대체, 권력 집중, 생존 전략) OpenAI 전 직원이 200만 달러를 포기하면서까지 공개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AI를 연구하고 개선하는 단계에 이르면, 인간이 옮겨갈 새로운 일자리조차 이미 AI가 더 잘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저도 요즘 글쓰기, 번역, 자료 정리에 AI를 쓰다 보니 이 말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 이번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산업혁명 때도, 인터넷 붐 때도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같은 논리가 통할까요.저는 이번은 구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기술은 특정 업무만 자동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초지능(su.. 2026. 8. 25. 영화 서브스턴스 (자기혐오, 바디호러, 데미무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바디 호러라는 말을 듣고 반쯤 포기한 채 극장 의자에 앉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좀처럼 빠져나가질 않았습니다.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징그러운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보고 나서 거울을 보는 제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자기혐오를 몸으로 보여준다는 것저도 처음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부터 고어 수위가 남다르다는 소문이 돌았고, 저는 전형적인 쫄보라 OTT로 풀리길 기다리자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흥행이 예상 밖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결국 극장을 찾았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이 영화의 핵심 장치는 '바디 호러(Body Horror)'입니다. 바디 호러란.. 2026. 8. 25.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김고은, 노상현, 줄거리, 현실감, 우정, 성장)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떠올린 건 로맨스가 아니라 제 20대 어느 날 밤, 아무 설명 없이 달려와 준 친구 얼굴이었습니다. 은 사랑 영화라기보다 '나인 채로 살아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게 훨씬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강의실 술렁임에서 시작된 현실감의 무게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20대의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었나'였습니다. 오프닝부터가 그랬습니다. 시험 시간에 늦게 들어온 재희, 즉 제이(김고은)를 향해 강의실 전체가 술렁이는 장면. 그 술렁임의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클럽 죽순이, 남자를 갈아치운다, 몸매가 어떻네. 근거도 없고 확인도 안 된 소문들이 그 사람의 전부인 양 붙어 다닙니다.여기서 영화가 사용하는 개념이 바로 .. 2026. 8. 25. 이전 1 ··· 4 5 6 7 8 9 10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