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별 의심 없이 믿어온 경험, 저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들은 집안 이야기는 어느 순간 '확인해야 할 역사'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사실처럼 자리 잡거든요. 배우 하영 씨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보면서 처음엔 그 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다만 논란이 커질수록 '조상의 행위'와 '본인의 말과 대응'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조상 행적과 후손 책임, 어디까지가 선일까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하영 씨의 증조부 안상호가 있습니다.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에 평의원으로 참여한 이력이 문제가 됐는데, 여기서 대정친목회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연호 '대정(大正)'을 이름에 쓴 친일 성향 단체를 의미합니다. 이 단체 참여 이력이 친일 행위의 근거가 되느냐를 두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역사학자 심용환 씨는 안상호가 존경받을 인물이 아닌 건 맞지만, 특정 단체 가입 사실만으로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참여했다면 친일 행위를 한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입장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이건 감정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일인명사전(親日人名辭典)—일제에 협력한 인물들을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등재한 사전—에 안상호가 빠져 있는 이유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당시 선정 기준에 미달해 보류된 것이며, 추가 행적이 드러나면 재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출처: 민족문제연구소). 등재가 안 됐다고 해서 친일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라는 거죠.
후손이 조상의 행위를 선택할 수 없다는 건 맞습니다. 그것만으로 배우를 비난하거나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다만 '후손이라는 사실 자체의 책임'과 '공적 발언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이 둘을 뒤섞으면 논의가 계속 헛돕니다.
- 역사학자 심용환: 단체 가입만으로 친일파 규정은 위험한 발상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대정친목회 평의원 참여 자체가 친일 행위
-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미등재는 보류이지 무죄 판정이 아님
- 결국 역사적 판단은 감정이 아닌 실증 자료와 학술 논의로 이루어져야 함
대응 타이밍과 역사 책임, 뭐가 더 문제였나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째 되던 날 하영 씨가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습니다. 가족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증조부의 삶을 자랑처럼 이야기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무지한 상태였던 것이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취지도 담겼습니다. 제가 이 사과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내용 자체는 필요한 말을 했다는 것, 그리고 조금만 더 빨랐으면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사회적 논란이나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나 조직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하는 소통 전략—의 원칙상 대응이 늦어질수록 여론이 굳어집니다. 광고가 비공개 처리되고 인터뷰가 취소되고 새 드라마까지 우려를 받게 된 것도 결국 초기 대응이 지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더 복잡하게 만든 건 주변의 '지원사격'이었습니다. 일부 유명인들이 SNS에 감싸는 글을 올렸는데, 그 내용 자체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습니다. 특히 "당시 지위에 있으면 구조적으로 친일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제 경험상 이런 민감한 역사 문제에서 가장 역효과가 큰 주장입니다. 같은 시대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입니다(출처: 독립기념관). 구조적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이 개인의 선택을 전부 면죄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영 씨 부친의 해명 과정에서 나온 표현들도 논란을 키웠습니다. 친일 성향의 인물이 저술한 책을 근거로 든 점, 그리고 '한일합방(韓日合邦)'이라는 용어—일본 제국주의 시각이 담긴 표현으로, 현재는 '일제강점기' 또는 '일제강제병합'이라는 표현이 역사적으로 올바르다고 봅니다—를 사용한 점이 그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해명이 또 다른 논란의 재료가 되는 상황은, 처음부터 사실 확인과 용어 선택에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우 하영 씨 증조부 안상호가 친일파로 공식 인정된 건가요?
A. 공식적으로는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선정 기준 미달로 보류된 것이며 민족문제연구소는 추가 행적이 확인되면 재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대정친목회 참여만으로 친일파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평의원 참여 자체가 친일 행위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연예인이 조상의 친일 행적으로 활동을 중단해야 하나요?
A. 조상의 행위 자체를 이유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후손이 선택할 수 없는 출생 배경을 근거로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저 역시 그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공적인 자리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족사를 자랑처럼 이야기한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설명과 정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었습니다.
Q. 하영 씨 사과문 내용이 충분했나요?
A. 내용 면에서는 자신이 가족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그 상태에서 자랑처럼 이야기한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필요한 말은 담겼다고 봅니다. 다만 논란이 시작된 지 사흘이 지난 시점에 공개됐기 때문에, 그사이 광고 비공개 처리와 인터뷰 취소 등 피해가 이미 커진 뒤였습니다. 위기 대응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고종 독살설과 안상호는 어떤 관계인가요?
A. 고종독살설(高宗毒殺說)이란 1919년 고종 황제가 일제에 의해 독살됐다는 주장으로, 3·1운동의 기폭제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당시 고종을 진료한 어의 중 안상호가 연관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역사학자 심용환 씨는 이 독살설 자체가 역사학적으로는 풍문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사실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결론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역사 문제일수록 '후손에게 죄를 전가하는 방식'도, '시대 구조 탓으로 개인의 선택을 지워버리는 방식'도 모두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비판해야 할 것은 특정 집안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해온 태도와 논란이 커진 뒤에야 입장을 밝힌 대응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가족한테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확인하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을 남의 이야기로만 보지 않습니다. 공적인 발언을 자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른 자료와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그게 이번 논란이 남긴 가장 현실적인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B%85%BC%EB%9E%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