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18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요약, 줄거리, 버림받음, 결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그냥 시한부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20부작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따라가 보니 그게 얼마나 피상적인 기억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버림받음, 모성, 복수, 희생이 한 드라마 안에 이렇게 빽빽하게 쌓여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줄거리 — 버림받은 아이가 복수를 꿈꾸기까지드라마는 호주에서 시작됩니다. 해외 입양아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왜 나를 버렸냐"고 울부짖는 와중에, 차무혁(소지섭)만 혼자 "우리 엄마한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말합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이미 이 인물이 단순한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그 다짐은 5년 뒤 완전히 무너집니다. 한국으로.. 2026. 9. 15. 드라마 쌈 마이웨이 (꿈과 현실, 청춘 드라마, 직업과 도전) 2017년 방영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최종 시청률은 19.9%를 기록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로 돌아갔을 때, 솔직히 '지금 다시 봐도 공감이 될까'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애라가 면접에서 "저는 돈 벌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예상 밖으로 목이 메었습니다. 스펙 없는 청춘이 겪는 현실이 2017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그 순간 다시 확인했습니다. 꿈과 현실 사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일반적으로 청춘 드라마는 '꿈을 향해 달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방식으로 그려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쌈, 마이웨이』는 그보다 훨씬 구질구질하고 솔직합니다.애라는 아나운서가 꿈이지만 학벌도, 아나운서 아카데미 이력도 없습니다. 면접관은 대놓고 "나이도 헛먹었.. 2026. 9. 15. 무라카미 하루키 루틴과 성공 (루틴 설계, 훔치는 학습법, 실천 습관)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루틴을 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6시 기상, 30분 독서, 운동까지 적어놓고 일주일을 넘긴 적이 손에 꼽힙니다. 그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40년 넘게 똑같은 하루를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처음엔 그냥 대단한 사람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 루틴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루틴 설계: 하루키는 왜 매일 똑같이 살기로 했나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고정된 생활 패턴을 만든 건 어떤 숭고한 작가적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재즈 바를 운영하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던 그가 글을 써서 먹고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미 나이는 중년에 가까웠습니다. 다시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래, 꾸준히 쓰려면 몸부터 받쳐줘야 한다는 .. 2026. 9. 14. 책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설렘의 한계, 병리적 사랑, 객관적 시각) 연애가 잘 안 풀릴 때마다 저는 항상 상대방 쪽에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근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서 그게 완전히 잘못된 접근이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은 좋은 사람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문제라는 것. 이 책이 1956년에 나왔는데도 지금 읽어도 뜨끔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습니다. 설렘의 한계 — 두근거림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시간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롬이 "설렘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부분에서 처음엔 좀 반발심이 생겼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뭐냐고. 근데 읽으면서 점점 수긍이 됐습니다.프롬은 연애 초기의 두근거림을 '초보자 버프'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심리학 용어로는 이 단계를 리머런스(.. 2026. 9. 14.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자유의 역설, 자동적 동조, 긍정적 자유)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자유 앞에서 멈춰버리는 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나서야, 그게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유가 왜 불안을 낳는지,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짚어봅니다. 자유의 역설 — 해방됐는데 왜 더 불안할까프롬이 이 책을 쓴 건 나치즘이 유럽을 집어삼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독일 출신의 유대계 사회심리학자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독재에 굴복하게 되는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 물음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프롬이 말하는 핵심은 '자유의 역설'입니다. 여기서 자유의 역설이란, 인간이 봉건적 질서와 종교적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독립할.. 2026. 9. 13. 책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소유 모드, 존재 모드, 자기 정체성) 직장을 잃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단순히 결과가 나빴다는 느낌보다 내 자신이 가치 없어진 것 같은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다시 펼친 건 그즈음이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불안의 이름을 정확히 짚어주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유 모드 — 내가 가진 것이 곧 '나'라는 착각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처음 꺼내는 개념이 소유 모드(having mode)입니다. 여기서 소유 모드란 자신의 존재를 소유물로 규정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대신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로 대답하는 삶의 방식입니다.저도 직접 이 패턴을 꽤 오래 반복해 왔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아챘습니다. 학교 다닐 .. 2026. 9. 13. 이전 1 2 3 4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