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14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자유의 역설, 자동적 동조, 긍정적 자유)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자유 앞에서 멈춰버리는 제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나서야, 그게 나약함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심리적 메커니즘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자유가 왜 불안을 낳는지,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짚어봅니다. 자유의 역설 — 해방됐는데 왜 더 불안할까프롬이 이 책을 쓴 건 나치즘이 유럽을 집어삼키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독일 출신의 유대계 사회심리학자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독재에 굴복하게 되는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 물음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프롬이 말하는 핵심은 '자유의 역설'입니다. 여기서 자유의 역설이란, 인간이 봉건적 질서와 종교적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독립할.. 2026. 9. 13.
책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소유 모드, 존재 모드, 자기 정체성) 직장을 잃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단순히 결과가 나빴다는 느낌보다 내 자신이 가치 없어진 것 같은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다시 펼친 건 그즈음이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불안의 이름을 정확히 짚어주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유 모드 — 내가 가진 것이 곧 '나'라는 착각프롬이 『소유냐 존재냐』에서 처음 꺼내는 개념이 소유 모드(having mode)입니다. 여기서 소유 모드란 자신의 존재를 소유물로 규정하는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묻는 대신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로 대답하는 삶의 방식입니다.저도 직접 이 패턴을 꽤 오래 반복해 왔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아챘습니다. 학교 다닐 .. 2026. 9. 13.
영화 모노노케 히메 (선악의 모호함, 존중, 지브리 르네상스) 솔직히 저는 〈모노노케 히메〉를 보기 전까지 지브리 영화라면 으레 따뜻하고 잔잔한 작품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 팔이 잘리고 피가 튀는 장면들에 적잖이 당황했고, 동시에 '이게 정말 같은 감독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인상이 달랐습니다. 2024년 포켓 리마스터(Pocket Remaster) 재개봉을 계기로 다시 꺼내 본 이 영화, 볼수록 메시지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느꼈고 그 생각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선과 악을 나누지 않는 이야기 — 에보시와 선악의 모호함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장면은 에보시 고젠이 등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숲을 밀어버리는 철강 마을의 수장이라는 설정 때문에 '이 사람이 악당이구나' 하고 단정지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판단이 계속.. 2026. 9. 12.
영화 벼랑 위의 포뇨 (쓰나미 괴담, 저승 해석, 생명의 물) 솔직히 저는 〈벼랑 위의 포뇨〉를 오랫동안 그냥 귀여운 동화 애니메이션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포뇨가 파도 위를 달리는 장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 뒤에 이런 해석이 존재한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포뇨가 쓰나미로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켰고, 이후 세계는 저승이다'라는 괴담인데, 알고 나서 다시 떠올리니 같은 장면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습니다.포뇨가 일으킨 쓰나미, 그냥 파도가 아니었다이 괴담의 출발점은 쓰나미입니다. 영화에서 포뇨는 아버지 후지모토가 모아두었던 '생명의 물(いのちの水)'에 노출된 뒤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소스케에게 달려갑니다. 장면 자체는 밝고 신나게 그려져 있어서 처음 봤을 때 저도 그냥 판타지적 연출로만 받아들였습니다.그런데 영화 속 뉴스 보도 장면을 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 2026. 9. 12.
영화 너의 이름은. (시간의 엇갈림, 기억과 인연, 숨겨진 디테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예쁜 로맨스 애니'로만 기억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 저는 첫 번째 시청에서 그냥 흘려보냈던 장면들이 사실 모두 복선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로 보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들여다본 이 작품의 시간 구조, 숨겨진 소품의 의미, 그리고 감정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었던 지점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시간의 엇갈림 — 3년이라는 간격을 작품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제가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타키가 이토모리를 찾아갔을 때 마을 전체가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첫 번째 시청에서는 '왜 이.. 2026. 9. 11.
영화 날씨의 아이 (영웅 서사, 희생의 윤리, 신카이 마코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물에 잠기게 해도 괜찮을까요.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라고 생각했던 영화가 사실은 꽤 불편하고 솔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영웅 서사를 뒤집은 선택 — 호다카는 왜 세계를 포기했는가재난 영화에서 주인공이 해야 할 일은 보통 정해져 있습니다. 개인의 행복을 내려놓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 그리고 그 희생이 숭고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 이른바 전형적인 영웅 서사(Hero's Journey)입니다. 여기서 영웅 서사란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성장하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수십 년간 할리우드가 반복해온 바로 그 공식입니다.그런.. 2026. 9. 11.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