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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5

몸값 티빙 드라마 (전종서, 진선규, 원테이크, 인신매매, 장기매매) 티빙 오리지널 〈몸값〉은 모텔 한 칸에서 시작해 장기매매 경매장과 무너지는 건물을 가로지르는 31분짜리 원테이크 드라마입니다.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폐쇄 공간 스릴러라고 해서 적당히 긴장하며 볼 줄 알았는데, 숨 돌릴 틈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원테이크 촬영이 만들어낸 몰입감, 기술인가 연출인가원테이크(One-take)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배우가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고, 조명·동선·대사가 단 한 순간도 어긋나면 안 되는 극단적인 제약 속에서 만들어지는 촬영 기법입니다.〈몸값〉은 에피소드 하나가 31분 동안 컷 없이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풀버전으로 봤는데,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 2026. 9. 8.
영화 박하사탕 리뷰 (이창동, 설경구, 역순서사, 국가폭력, 순수의상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철길 위에서 절규하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거꾸로 풀리면서, 어느 순간 그 분노가 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역순 구조로 한 인간의 붕괴를 추적하는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지금 내가 쌓아가고 있는 선택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역순서사 — 현재에서 과거로 달리는 기차《박하사탕》이 택한 서사 방식은 역순서사(Reverse Chronology)입니다. 여기서 역순서사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결말에서 시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이미 망가진 영호를 먼저 본 뒤, 그가 왜 그렇게 됐는지를 조각조각 거슬러 올라가며 알게 .. 2026. 9. 4.
영화 시 리뷰 (이창동, 윤정희, 윤리적 응시, 알츠하이머) 아름다운 시를 쓰려면 먼저 아름다운 것을 봐야 할까요? 이창동 감독의 2010년작 〈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감동 때문이 아니라 불편함 때문이었다는 게 지금도 선명합니다. 성폭력과 자살, 치매라는 소재를 쥐고서도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윤리적 응시 —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끝까지 보는 일〈시〉는 오프닝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강가에서 뛰어노는 평화로운 장면 뒤로 소녀의 시체가 떠내려오고, 그 위에 영화 제목 '시'가 새겨집니다. 제가 이 오프닝을 두고 꽤 오래 생각했는데, 여기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의 .. 2026. 9. 3.
영화 버닝 해석 (이창동, 의심의 서사, 청춘의 결핍, 종수의 선택)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건지, 해미는 어디로 간 건지, 벤은 정말 살인자인지.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버닝〉은 보고 나서 오히려 질문이 늘어나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영화의 핵심은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우리가 원하는 진실을 만들어내는가'에 더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심의 서사 — 종수는 왜 벤을 범인으로 확신했는가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벤의 집 서랍에서 여성 액세서리들이 발견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종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라는 생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게 이창동 감독이 의도한 영화적 트릭이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2026. 9. 3.
배우 스티븐 연 (정체성, 필모그래피, 소속감) "한국인이냐, 미국인이냐"는 질문에 90% 이상이 둘 다 아니라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제 조사입니다. 스티븐 연의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들었을 때, 저는 그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어딘가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이 한 사람의 성격과 진로, 심지어 연기 스타일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정체성: 두 세계 사이에서 자란 배우학교에서 유독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던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지만, 스티븐 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게 타고난 성격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는 원래 시끄럽고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사회가 동양인 남성에게 기대하는.. 202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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