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1 영화 시 리뷰 (이창동, 윤정희, 윤리적 응시, 알츠하이머) 아름다운 시를 쓰려면 먼저 아름다운 것을 봐야 할까요? 이창동 감독의 2010년작 〈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감동 때문이 아니라 불편함 때문이었다는 게 지금도 선명합니다. 성폭력과 자살, 치매라는 소재를 쥐고서도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윤리적 응시 —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끝까지 보는 일〈시〉는 오프닝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강가에서 뛰어노는 평화로운 장면 뒤로 소녀의 시체가 떠내려오고, 그 위에 영화 제목 '시'가 새겨집니다. 제가 이 오프닝을 두고 꽤 오래 생각했는데, 여기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의 .. 2026. 9.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