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21 헤어질 결심 (미결 구조, 담배 상징, 복층 독해) 『헤어질 결심』의 제목은 영화 안에서 딱 세 번 등장합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아내 정안과의 관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서래와 해준의 비극적 로맨스로만 읽혔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표면만 훑고 넘어갔는지 깨달았습니다.이 영화, 로맨스로만 보면 절반밖에 못 본다일반적으로 『헤어질 결심』은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서래라는 인물을 범죄 영화의 시각으로 다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서래는 영화 안에서 최소 세 명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남편 기도수의 죽음, 사철성의 어머니를 켄타닐로 처리한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해 유도된 두 번째 남편 이모신의 죽음. 특히 이모신의 경.. 2026. 7. 3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20년, 미디어 위기, 미란다 변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20년 만의 속편이라는 기대감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는 직장 생활의 어느 시절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화려한 패션쇼가 맞는데, 그 화려함 뒤에 미디어 업계가 지금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와 권력의 이동이 꽤 적나라하게 박혀 있는 영화였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레거시 속편이 선택한 배팅제가 1편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패션 업계의 화려한 구경거리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뉴욕의 거리, 끊임없이 교체되는 의상, 그 안에서 치이는 앤디의 모습이 일종의 성장 드라마처럼 읽혔거든요. 그런데 2편까지 보고 나서 돌아보니 1편은 사실 입문이었고, 이 속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본론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보통 영화 속편은 원작 흥.. 2026. 7. 31. 영화 호프 리뷰 (몰입감, 크리처 액션, 나홍진) 156분짜리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한 번도 시계를 확인하지 않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10년 만의 귀환작, 영화 호프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로튼 토마토 신선도 80%까지, 숫자로 먼저 말을 거는 작품인데,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그 숫자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10년 공백, 나홍진이 고른 장르는 크리처물이었다추격자, 황해, 곡성. 나올 때마다 한국 영화의 기준점을 다시 쓴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건 크리처 액션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처음 장르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잔혹하고 무거운 작품을 즐겨 찍던 감독이 크리처물을 한다는 게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거든요.크리처물(Creature Feature)이란 거대하거나 괴기한 .. 2026. 7. 29.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