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2 영화 시 리뷰 (이창동, 윤정희, 윤리적 응시, 알츠하이머) 아름다운 시를 쓰려면 먼저 아름다운 것을 봐야 할까요? 이창동 감독의 2010년작 〈시〉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질문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감동 때문이 아니라 불편함 때문이었다는 게 지금도 선명합니다. 성폭력과 자살, 치매라는 소재를 쥐고서도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윤리적 응시 —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끝까지 보는 일〈시〉는 오프닝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강가에서 뛰어노는 평화로운 장면 뒤로 소녀의 시체가 떠내려오고, 그 위에 영화 제목 '시'가 새겨집니다. 제가 이 오프닝을 두고 꽤 오래 생각했는데, 여기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시의 .. 2026. 9. 3. 영화 가능한 사랑 (해고노동자, 이창동, 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일상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단순히 감동적이었다거나 슬펐다는 감정으로 정리가 안 되고, 오히려 평소엔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갑자기 눈앞에 놓이는 느낌이랄까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이 시대에 과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기 전부터 그 질문 하나만으로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해고 노동자의 삶, 그리고 정체성의 붕괴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기업의 집단 해고, 즉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사건이라고요.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 2026. 8.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