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납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묵직한 재난 스릴러를 각오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일본 적군파가 일본항공 여객기를 납치해 평양으로 향한 실제 사건을 뼈대 삼아, 그 위에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올린 작품입니다. 직접 보고 나서 든 첫 생각은 "이게 진짜 다 실화였다고?"였습니다.

실화를 토대로 한 블랙코미디의 탄생
영화를 보면서 제일 자주 든 생각은 '설마 이것도 실화일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 부분이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요도호 사건은 1970년 3월 일본 적군파 대원 아홉 명이 일본항공 351편을 납치해 평양으로 향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납치범들은 일본 만화 『내일의 조』의 주인공에 스스로를 동일시했고, 그 만화 속 대사를 실제로 인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안에서 납치범들이 『내일의 조』 얘기를 꺼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처음엔 이게 단순한 시대적 분위기 묘사인 줄 알았습니다. 직접 확인해보니 그게 실제 사건의 기록이었다는 게 가장 신기했습니다.
김포공항을 평양 공항처럼 꾸며 납치범들을 속이려 했다는 작전도 실화입니다. 영화에서 납치범들이 망원경으로 공항을 살피다가 흑인 군인을 발견하고 "평양에 흑인이 있어?"라며 의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도 실제 사건 기록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협상 과정에서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찢어서 줬다는 것, 비행기를 이중주차했다는 것도 모두 사실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역사적 소재인데도 이 영화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촘촘한 고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 납치범들의 『내일의 조』 동일시 — 실화
- 김포공항을 평양으로 위장한 작전 — 실화
- 흑인 군인을 보고 납치범들이 의심한 에피소드 — 실화
- 교과서를 찢어 요구를 들어준 협상 — 실화
- 비행기 이중주차 — 실화
이항대립으로 짜인 구조의 단단함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건 구조였습니다. 이 영화는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 즉 서로 대립하는 두 요소를 짝지어 구성 전체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이항대립이란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이나 인물, 상황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의미를 발생시키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이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챕터 구성입니다. 총 다섯 챕터 중 1장과 2장은 각각 '하이킹'과 '더블 하이킹'으로 대립하고, 4장과 5장은 '베드 뉴스'와 '굿 뉴스'로 대립합니다. 가운데 3장 '모래성'은 그 모든 대립이 허무하게 수렴되는 지점입니다. 수많은 이항 대립으로 굴러가던 이야기가 결국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 모래성이 된다는 설계가, 영화가 던지는 냉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달의 앞면과 뒷면이라는 상징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때로 진실은 달의 뒷면에 있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라는 인용구를 꺼냅니다. 이 두 번째 문장이 핵심입니다. 진실이 숨겨진 뒷면을 드러내는 영화는 많지만, 앞면도 거짓이 아니라고 말하는 영화는 드뭅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 영화가 단순하지 않겠다'고 느꼈습니다. 기장의 영광과 치질조차 이항대립으로 배치되어 있고, 심지어 둘 다 일만 시간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통합되는 방식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논리적입니다.
설경구·홍경·유승범,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한 연기
배우 이야기를 빼고 이 영화를 설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직접 봐서 느낀 건, 세 배우가 각각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설경구가 맡은 '아무개'는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면서도 사실상 존재감을 지워야 하는 역할입니다. 모든 일을 기획하고 주도하지만, 이름조차 없는 익명의 존재로 배경처럼 스며들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그림자 연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배우들이 장르적으로 붕 뜬 연기를 할 때 혼자 가라앉혀서 전체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방식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화면에서도 보입니다. 꽃에 나풀나풀 내려앉을 듯 말 듯 맴도는 나비 같은 움직임이라고 표현하면 어울릴 것 같습니다.
홍경이 연기한 고명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플래시백을 가진 인물입니다. 플래시백(flashback)이란 현재 장면을 잠시 중단하고 과거의 기억이나 상황을 삽입해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는 서사 기법입니다. 고명이라는 인물만이 상상과 기억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기 때문에, 관객이 실제로 마음을 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가 됩니다. 제 경우엔 고명이 달려가는 후반부 장면에서 처음으로 이 사람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직전까지 철저히 이기적인 인물이었는데 말입니다.
유승범이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장면 중 1분이 넘는 롱테이크 연설 장면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우 앵글, 즉 카메라를 아래에서 위로 향하게 배치해 인물을 올려다보는 촬영 방식으로 찍혀서 그 인물의 과시적 권위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장면인데, 유승범은 그 안에서 웃기다가, 무섭다가, 불쌍하다가를 1분 안에 다 해냅니다. 전 세계에서 이 연기를 이만큼 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굿뉴스와 베드뉴스, 결국 누가 판단하는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장면은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아무개가 고명에게 베드 뉴스와 굿 뉴스를 각각 들려주는 장면인데, 이 구조 자체가 영화 전체의 질문을 압축해놓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베드 뉴스는 이렇습니다. 모든 작전이 뜻대로 됐고 억류됐던 사람들도 돌아왔지만, 알고 보니 납치범들이 들고 있던 총과 칼이 모두 가짜였다는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속이려 했던 우리가, 사실은 더 크게 속았다는 역설입니다. 반면 굿 뉴스는 소련과 미국이 접촉을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냉전 체제의 균열이 생겼으니 남북도 가까워질 수 있다는 논리인데, 북한 출신인 아무개에게는 진심 어린 희망입니다. 하지만 고명 입장에서는 그 굿 뉴스가 곧 자신이 한 모든 일이 공식 기록에서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 분명해집니다. 무엇을 좋은 일로, 무엇을 나쁜 일로 판단하는가는 결국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국가적으로는 성공, 외교적으로는 진전이지만 정작 그 일을 수행한 사람에게는 허탈입니다. 성공하면 영웅이 되리라 상상했지만, 끝에 남은 건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받았던 것과 똑같은 대통령 시계 하나입니다. 블랙코미디 장르가 가진 냉소의 정수가 바로 이 장면에 있다고 봅니다. 웃기고 황당한 이야기 끝에 씁쓸하게 남는 것이 장르 특유의 풍자인데, 이 영화는 그 풍자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장면으로만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의 블랙코미디가 국내 영화에서 이 완성도로 나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굿뉴스 영화 실화 맞나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요?
A. 상당 부분이 실화입니다. 1970년 일본 적군파의 요도호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했으며, 김포공항을 평양처럼 위장한 작전, 납치범들의 『내일의 조』 동일시, 흑인 군인을 보고 의심한 에피소드, 협상 과정에서 교과서를 찢어준 것, 비행기 이중주차 등이 실제 기록과 일치합니다. 등장인물 중 홍경이 연기한 고명,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 같은 역할은 창작이며, 실제 사건에서는 여성 테러리스트도 없었습니다.
Q. 영화에서 트루먼 쉐이드가 실존 인물인가요?
A.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설경구가 연기한 아무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로, 그 인물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말을 인용구처럼 포장한 것입니다. 트루먼(Truman)은 '진실한 사람', 쉐이드(Shade)는 '그늘·그림자'를 뜻해, 이름 자체가 아무개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Q. 굿뉴스 블랙코미디가 불편하거나 너무 가볍지 않나요?
A. 저도 직접 보기 전에 비슷한 걱정을 했습니다. 납치 피해자들의 공포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개그의 리듬이 중반 이후 어느 정도 예측되기 시작한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다만 실화 고증이 탄탄하게 바탕을 잡고 있어서, 가볍게 소비되는 느낌보다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장르로 풀어낸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Q. 고명과 아무개가 같은 인물이라는 해석이 있던데 맞나요?
A. 영화는 두 인물을 동일 인물로 확정 짓지 않지만, 달의 앞면과 뒷면처럼 대칭 관계로 설계해 놓았습니다. 결말에서 아무개는 주민등록증을 만들며 '최고명'이라는 이름을 얻고, 고명은 아버지가 받았던 것과 똑같은 대통령 시계를 받으며 익명의 존재로 수렴됩니다. 두 사람의 위치가 정확히 역전되면서 끝나는 구조가, 이 둘이 동전의 양면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결론
『굿뉴스』는 한국 블랙코미디가 이 정도 완성도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입니다. 실화 고증, 이항대립 구조, 세 배우의 전혀 다른 연기 방식, 그리고 결말에서 던지는 날선 질문까지 어느 하나 허술하지 않았습니다. 개그의 리듬이 익숙해지는 중반 이후나, 납치 상황의 긴박감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색하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질문을 남기는 방식은, 제가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비슷한 결의 영화를 찾는다면 애덤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나 『바이스』를 권합니다. 경제·정치 소재의 블랙코미디라는 점에서 『굿뉴스』와 비교해보며 감상하면 장르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느끼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