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TV에서 탑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그 배우가 이렇게 오래 스크린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그 장면이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 걸 보면, 단순한 스타 이미지를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톰 크루즈는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로 학대와 난독증, 세 번의 이혼과 종교 논란을 품고 살아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작품 속 영웅과 실제 인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볼 것인지, 저 나름의 시선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유년 시절과 필모그래피 — 상처가 만든 집념
톰 크루즈는 1962년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아버지의 잦은 이직으로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초등학교 8곳, 고등학교 3곳을 포함해 13번의 전학을 경험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 한 번 전학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한동안 낯선 교실에서 눈치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13번이라는 숫자는 제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그는 난독증(Dyslexia)을 앓았습니다. 난독증이란 지능과는 무관하게 글자를 읽고 해독하는 과정에서 뇌 신경학적 어려움을 겪는 학습 장애를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학업보다 스포츠로 눈을 돌렸고, 미식축구와 레슬링을 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운동도 포기하게 됩니다. 그 공백을 채운 것이 연극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뒤, 졸업 직후 혼자 LA로 떠났습니다.
낮에는 건물 관리인, 밤에는 버스 보이로 일하며 오디션을 다니던 청년은 1981년 단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1983년 〈위험한 청춘〉으로 처음 주연을 맡아 제작비 대비 10배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1986년 〈탑건〉이 개봉합니다.
〈탑건〉은 단순한 흥행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베트남전 패배 이후 자국 이미지에 회의감을 느끼던 미국 사회에서, 이 영화가 개봉한 뒤 군 자원입대율이 500% 증가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출처: Business Insider). 실제 항공모함과 현역 전투기 파일럿이 동원된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가와사키 GPZ900R을 타고 달리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는 눈부셨습니다. 특히 1996년을 전후해 출연작 5편이 연속으로 미국 내 1억 달러 수익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웁니다. 이는 할리우드 역사상 어떤 배우도 이루지 못했던 성취였습니다. 해당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야망의 함정〉 — 데미 무어와 호흡을 맞춘 법정 스릴러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 브래드 피트와 공연한 고딕 호러
- 〈미션 임파서블〉 1편 — 스파이 액션 시리즈의 시작
- 〈제리 맥과이어〉 — 그에게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 영예를 안겨준 작품
제가 이 목록을 처음 제대로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 배우가 이 네 편을 거의 동시에 소화했다는 사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후로도 2002년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3년 〈라스트 사무라이〉, 2004년 〈콜래트럴〉까지 이어지는 작품들을 보면서, 저는 단순한 액션 스타가 아니라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배우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콜래트럴〉에서 살인 청부업자를 연기한 장면은 그 이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톰 크루즈의 이미지와 꽤 달랐습니다.
스턴트맨 없이 직접 위험한 장면을 소화하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상징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외벽에 매달리거나, 상공 1,500m 비행기 옆면에 맨몸으로 붙어 촬영하거나, 옥상 간 점프를 하다 발목 골절이 생겼는데도 그 테이크를 끝까지 마친 사례가 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2〉의 암벽 등반 장면에서는 감독이 촬영 당일까지 만류했고, 실제 촬영 중에는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정도의 집념이라면 유년 시절의 생존 본능이 어딘가에 이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이언톨로지와 세 번의 이혼 —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
톰 크루즈를 둘러싼 논란에서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이언톨로지란 1950년대 L. 론 허바드가 창시한 종교로, 인간이 외계적 기원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과 함께 '다이어네틱스'라는 정신 치료 기법을 교리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출처: Britannica). 쉽게 말해 심리적 외상을 제거함으로써 인간이 완전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리입니다.
톰 크루즈는 첫 번째 아내 미미 로저스를 통해 이 종교를 접했습니다. 당시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데, 사이언톨로지의 정신 훈련 프로그램이 난독증 극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면서 빠르게 이 종교의 핵심 인사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어린 시절 학습에서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해소해준 무언가에 강하게 의존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인간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 신념을 타인에게 적용하려 할 때 발생했습니다.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상적 우울 상태 — 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던 브룩 실즈에게 톰 크루즈가 공개적으로 약물 복용을 비판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브룩 실즈는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본인이 원하는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놔두라"고 응수했고, 이 발언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저도 그쪽 입장이 맞다고 봅니다.
이 사건은 결국 1년 후 톰 크루즈가 직접 브룩 실즈의 집을 찾아가 사과하며 일단락되었습니다. 진심이 느껴졌다는 브룩 실즈의 증언은 그나마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의 이혼 이야기도 외부에서 단정하기 어려운 맥락이 많습니다. 미미 로저스와는 3년 만에, 니콜 키드먼과는 10년 만에, 케이티 홈즈와는 5년 만에 각각 헤어졌습니다. 니콜 키드먼은 결혼 10주년 파티를 막 즐긴 직후 이혼 통보를 받은 것이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이었다고 회상했고, 케이티 홈즈는 사이언톨로지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 비밀리에 세 곳의 로펌을 통해 이혼 소송을 준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이언톨로지가 이혼 절차에 내부적으로 관여한다는 설 — 이 역시 종교의 교리 차원에서 분쟁을 내부 해결하려는 방침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 이 맞다면, 케이티 홈즈가 그 방식을 피하려 한 행동의 이유는 설명이 됩니다. 사이언톨로지와 관련한 그의 행동들은 개인의 종교적 자유로만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념이 아무리 강해도 타인의 치료 선택이나 가족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때는 다른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톰 크루즈는 진짜로 직접 스턴트를 다 하나요?
A. 대부분의 대표적인 장면을 실제로 직접 소화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부르즈 할리파 외벽 장면, 상공 1,500m 비행기 외부 매달리기, 옥상 간 점프 도중 발목 골절 후 테이크 마무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턴트맨 없이 직접 연기한다는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Q. 사이언톨로지가 정확히 어떤 종교인가요?
A. 사이언톨로지는 1950년대 L. 론 허바드가 창시한 종교로, 인간은 외계적 기원을 가진 존재라는 믿음 아래 '다이어네틱스'라는 정신 훈련 기법을 통해 심리적 외상을 제거하는 것을 핵심 교리로 삼고 있습니다. 톰 크루즈 외에도 존 트라볼타, 엘리자베스 모스 등 여러 할리우드 배우가 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교리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Q. 톰 크루즈가 난독증을 극복한 방법이 뭔가요?
A.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난독증 극복에 도움을 받았다고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사이언톨로지식 접근이 난독증에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난독증은 전문적인 언어치료나 교육 지원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더 권고되는 방법입니다.
Q. 케이티 홈즈는 왜 몰래 이혼 소송을 준비했나요?
A. 사이언톨로지에는 내부 분쟁을 교단 안에서 해결하려는 방침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케이티 홈즈가 여러 로펌을 비밀리에 접촉하며 이혼을 준비한 것은 그러한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혼의 실제 사유와 내막은 당사자들 외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결론
오랜 시간 톰 크루즈의 작품을 보면서, 저는 한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린 시절의 학대, 난독증, 반복되는 전학이라는 배경이 그의 강한 생존 본능과 집념으로 이어진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방향으로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높이 평가하되, 종교적 신념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언론에 드러난 이혼이나 연애 에피소드만으로 그를 전부 규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관계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아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톰 크루즈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영화들을 순서대로 한 편씩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