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전기영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왜 착한 것만 다뤘냐"고 점수를 깎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무죄 판결이 났음에도 아직까지 잘못된 기억을 붙들고 있는 셈이니까요. 영화 <마이클>은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을 충실하게 담은 작품입니다. 동시에 제작 구조상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직접 극장에서 보고 나서 든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팩트: 영화가 담은 것과 담지 못한 것
영화는 1966년부터 1988년까지, 마이클 잭슨 인생의 전반부를 편년체 구조로 따라갑니다. 편년체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초반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월드투어까지 큰 무리 없이 흐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주연을 맡은 자파 잭슨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조카이자 저메인 잭슨의 아들인 그는 첫 영화 출연임에도 노래를 직접 소화했고, 춤선도 실제 공연 영상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나 '레이'의 제이미 폭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노래는 직접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파 잭슨은 직접 불렀습니다. 혈통에서 오는 목소리 유사성과 오랜 훈련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배우 선택에서 얼마나 유리한 출발점을 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팬들이 가장 기다렸을 장면은 단연 문워크(Moonwalk)가 처음 등장하는 모타운 25주년 기념 공연 장면입니다. 문워크란 앞으로 걷는 듯한 동작을 하면서 실제로는 뒤로 이동하는 춤으로, 뒤꿈치를 든 발이 정지 마찰력을 확보하고 바닥에 붙은 발은 운동 마찰력을 이용해 미끄러지는 원리입니다. 여기서 정지 마찰력이란 물체가 움직이지 않을 때 바닥과의 접촉면에서 작용하는 힘이고, 운동 마찰력은 이미 움직이는 상태에서 작용하는 더 작은 힘입니다. 뇌가 "앞으로 간다"고 예측하는 순간 뒤로 이동하니, 보는 사람 입장에선 착시가 일어납니다. 마이클 잭슨이 이 동작을 공연 전날 스스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장면을 보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뮤직비디오 제작 장면도 실제 촬영지에서 찍었다고 하는데, 극중 재현 장면과 실제 영상을 비교해보면 거의 동일합니다. 출처: Michael Jackson - Thriller (Official Video, YouTube) 저는 영화 본 날 밤에 실제 뮤직비디오를 다시 찾아봤는데, 그 장소와 구도가 놀랍도록 같았습니다.
반면 영화가 담지 못한 것도 분명합니다. 폴 매카트니와의 두 번의 협업, 'The Girl Is Mine'과 'Say Say Say' 같은 곡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Smooth Criminal'에 등장하는 45도 기울기 동작도 화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동작은 인체가 허리 근육만으로 버틸 수 있는 최대 각도인 20도를 훨씬 초과하는데, 발목 아래에 고정 장치가 솟아오르는 특수 무대 장치와 특수 제작 신발의 특허(출처: US Patent 5255452, Google Patents)를 통해 구현한 것입니다. 영화 분량상 빠진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장면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입니다.
- 자파 잭슨: 직접 노래·춤 소화, 전기영화 주연 배우 중 이례적
- 문워크: 마찰력 비대칭성을 이용한 과학적 원리의 춤, 모타운 25주년에서 첫 선보임
- 스릴러 앨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앨범, 6,600만 장 이상
- 존 브랑카: 마이클 잭슨의 변호사 겸 매니저,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함
- 패리스 잭슨: 마이클 잭슨의 딸, 영화 홍보 행사에 불참
관람 경험: 전기영화가 남기는 숙제
저는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실시간으로 경험한 세대가 아닙니다. 새 앨범을 기다리거나 공연을 실제로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익숙한 전주가 들릴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한 세대를 건너서도 이렇게 깊이 배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음악이 얼마나 강한 침투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이 영화는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충분히 즐거운 작품입니다. 큰 화면과 음향 덕분에 'Beat It'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장면이나 모타운 25주년 무대 재현은 집에서 유튜브로 보는 것과는 감각이 다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느낌을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1988년에서 딱 멈추는 구성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처럼 기술적으로는 정석이지만, 실제로 'Bad' 앨범의 명곡들이 거의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한편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전기영화(biographical film)라는 장르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기영화란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극영화를 말하는데, 제작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이 영화의 경우 제작자 중 한 명인 존 브랑카가 마이클 잭슨 사후 유산 관리 재단의 공동 집행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존 브랑카를 영화 속에서 어떻게 묘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영화에서 그는 능력 있는 조력자로 나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도가 나올 때는 생략된 이야기를 따로 찾아봐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한번 떠올려봤습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살아 있고 영향력도 강한 인물임에도, 그 영화는 그의 빛과 어둠을 꽤 날카롭게 다뤘습니다. 반면 이 영화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을 훨씬 안전하게 처리했습니다. 나쁜 아버지처럼 그려지는 조 잭슨도, 영화 속에서는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만 쓰이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이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내 돈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영화에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좋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실제 뮤직비디오와 공연 영상을 다시 찾아보게 됐습니다. 저처럼 그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무대로 이어지는 입구가 됩니다. 그 역할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이클 잭슨 팬이 아니어도 재밌게 볼 수 있나요?
A. 저처럼 그의 전성기를 실시간으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대표 무대 장면들이 극장 화면과 음향으로 재현되어 음악 자체의 매력이 바로 전달됩니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게 되는 효과가 있으니, 입문용으로는 좋습니다.
Q. 자파 잭슨이 직접 노래를 했나요?
A. 네, 직접 불렀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조카이기도 해서 목소리 유사성이 있고, 춤도 직접 소화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나 레이 같은 전기영화에서 주연 배우가 노래를 직접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선택입니다.
Q. 영화에서 마이클 잭슨의 논란은 어떻게 다루나요?
A. 영화는 1988년까지의 전반부를 다루기 때문에 90년대 이후 논란은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전반부에도 있었던 성형, 연애사, 언론과의 갈등 등은 대부분 생략됐습니다. 아버지와의 갈등을 중심 서사로 삼고 나머지는 안전하게 처리한 구성입니다.
Q. 후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영화가 1988년에서 끝나기 때문에 마이클 잭슨 생애의 절반 이상이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후속편 제작 보도도 있지만, 90년대 이후 이야기를 다루려면 법적 문제와 관련 인물들의 동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흥행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스릴러 앨범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A. 스릴러(Thriller)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앨범으로 6,600만 장 이상이 팔렸고, 빌리 진·비트 잇·스릴러 세 곡이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 역사를 바꿨습니다. 특히 MTV가 흑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최초로 방영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앨범의 홍보 과정에서 비롯됐습니다.
결론
영화 <마이클>은 팬에게는 그리운 무대를 극장에서 다시 만나는 경험이고, 저처럼 그 시대를 직접 살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이클 잭슨이라는 인물과 음악을 처음 제대로 만나는 기회가 됩니다. 자파 잭슨의 퍼포먼스와 대표 무대 재현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다만 이 영화를 마이클 잭슨의 삶 전체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제작자 구성과 유족 일부의 불참이 시사하듯, 생략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영화를 본 뒤 실제 공연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다른 기록들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영화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