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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능한 사랑 (해고노동자, 이창동, 넷플릭스)

by hoziii 2026. 8. 26.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일상이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단순히 감동적이었다거나 슬펐다는 감정으로 정리가 안 되고, 오히려 평소엔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갑자기 눈앞에 놓이는 느낌이랄까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이 시대에 과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기 전부터 그 질문 하나만으로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해고 노동자의 삶, 그리고 정체성의 붕괴

이창동 감독은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기업의 집단 해고, 즉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자체를 바꾸는 사건이라고요.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감독이 말하려는 건 그 다음입니다. 해고된 사람은 소득만 잃는 게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주던 '노동 정체성'까지 잃게 된다는 것이죠.

솔직히 이건 제가 경험해보기 전엔 그냥 지나쳤을 이야기입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저 자신까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반대로 일이 흔들리면 제가 가진 능력이나 가치까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일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서 자아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 그 감각이 박살나는 경험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영화는 아마 정면으로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극 중 호석 역을 맡은 설경구는 죄책감, 분노, 수치심이 한꺼번에 쌓인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인물이라고 직접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아내 미혹 역의 전도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품고 사는 여자"라고 인물을 묘사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 역할을 위해 특별한 기술적 준비보다는 '마음을 최대한 비우고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준비라고 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현장이 그런 곳이라는 거, 직접 겪어보지 않았어도 그 말만으로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실제로 국내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해고 노동자들의 심리적 후유증은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출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자발적 실직자의 재취업 기간은 자발적 이직자보다 평균 1.5배 이상 길고, 그 기간 동안 우울감과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비율도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현실은 그냥 허구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 구조조정(restructuring):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과정. 단순한 경제적 조치를 넘어 당사자의 노동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사회적 사건이기도 하다.
  • 노동 정체성: 사람이 자신의 직업과 역할을 통해 형성하는 자아의 일부. 해고는 이 정체성의 근거를 갑자기 제거해버린다.
  • 이창동 감독이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한 것은 10여 년 전이며, 단편 〈심장소리〉를 거쳐 이번 장편으로 완성됐다.
  • 전도연·설경구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세 번째 호흡을 맞춘다.
요약: 해고는 소득 상실을 넘어 정체성 붕괴로 이어지며, 이창동 감독은 그 현실 위에서 사랑이 가능한지를 묻는다.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이 던지는 질문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제 반응은 "왜 이게 제목이지?"였습니다. 사랑 이야기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서사가 되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는데, 굳이 '가능한'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니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감독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 제목이 하나의 질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랑이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조건 속에서 과연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고요.

역설법(paradox)이라는 수사 기법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더 깊은 진실을 담는 표현 방식입니다. '가능한 사랑'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은 원래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이 제목이 성립하는데, 오히려 이 제목이 붙는 순간 사랑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먼저 생깁니다. 이창동 감독 특유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서 제가 좀 경계하고 싶었던 지점도 있습니다. 구조적인 폭력, 즉 부당 해고나 노동 불안정 같은 사회적 문제를 '사랑으로 버텼다'는 식의 개인적 서사로 마무리하면, 그 폭력을 발생시킨 책임이 사회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고 해서 부당한 해고가 덜 폭력적인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제 경험상 현실의 무게를 제대로 다루는 영화일수록, 개인의 사랑이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한 전쟁터가 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사랑하면 버틸 수 있다'는 쪽보다 '이런 현실에서 사랑조차 얼마나 흔들리는가'를 보여준다면, 제목의 무게가 제대로 살아날 것 같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들인 〈박하사탕〉이나 〈밀양〉, 〈버닝〉을 돌이켜보면 쉬운 위로보다 불편한 질문을 남기는 쪽을 언제나 선택해왔습니다. 출처: Netflix 공식을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되는 만큼, 해고 노동자의 이야기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 발전과 함께 노동이 소멸해가는 시대 전체의 이야기로 읽힐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 역의 조여정은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3일을 그냥 담아두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진짜 좋은 이야기는 바로 반응이 안 나오고, 한참 지나서야 뭔가 바뀌어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 말에서 이 영화가 어떤 온도의 작품인지 어느 정도 가늠이 됐습니다.

요약: '가능한 사랑'은 사랑을 위로로 쓰는 제목이 아니라, 이 시대에 사랑이 과연 가능한지를 묻는 역설적 질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능한 사랑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됩니다. 극장 개봉을 먼저 추진했으나 투자 여건이 여의치 않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환됐고, 이창동 감독은 제작 전 과정에서 넷플릭스로부터 창작 간섭 없이 완전한 연출 독립성을 보장받았다고 밝혔습니다.

 

Q. 가능한 사랑 출연진이 어떻게 되나요?

A. 해고 노동자 호석 역에 설경구, 그의 아내 미혹 역에 전도연, 미혹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감독 예지 역에 조여정, 예지의 남편 상우 역에 조인성이 출연합니다. 설경구·전도연는 이창동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이고, 조인성·조여정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Q. 이창동 감독이 왜 해고 노동자 이야기를 택했나요?

A. 감독은 대기업의 집단 구조조정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정체성과 삶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라고 봤습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노동 자체가 소멸해가는 시대일수록 이 이야기의 필연성이 더 강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초기 구상은 무려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Q. 가능한 사랑이 단순한 멜로 영화인가요?

A. 남녀 간의 로맨스를 중심에 놓는 전형적인 멜로와는 결이 다릅니다. 감독은 사랑을 남녀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전체로 보고, 노동 불안정과 사회적 압력 속에서 그 사랑이 어떻게 유지되거나 흔들리는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론

〈가능한 사랑〉을 기다리게 되는 이유는 단순히 배우진이나 감독의 이름값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일이 흔들릴 때 사람과의 관계까지 같이 흔들린다는 걸 알게 됐고, 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질문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사랑이 삶을 지탱한다'는 말이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사랑이 얼마나 힘겹게 유지되는지를 이창동 감독이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리하면, 이 영화가 쉬운 위로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구조적 폭력 앞에서도 관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래도 사랑하면 돼'로 수렴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으로 남을 때, 제목 '가능한 사랑'의 무게가 온전히 살아날 것입니다. 공개되면 바로 볼 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ylQ_xkdPP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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